예술사랑 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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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

 

2018.10.18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영화에 대한 첫인상

 

영화를 보기 전부터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리뷰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던가, 신선한 편집기법이 돋보인다는 등의 감탄과 칭찬, 91년생의 젊은 구글 출신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과 더불어 주연배우가 모두 한국계라는 것은 영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서치>에 대한 흥미로운 뒷 이야기는 다음의 글을 링크하니 들어가서 확인해 보기를 권장한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말이다.

 

영화 '서치'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5가지

 

 

 

익숙함 위에 덧입혀진 새로운 형식

 

독특한 편집과 별개로 영화의 줄거리는 무난하게 진행된다. 미국에 정착한 평범한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딸 마고를 낳고 화목한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던 중, 엄마 파밀라에게 임파선암이 발병한다. 초반에는 치료가 성공하여 암을 이겨내는듯 보였으나 끝내 재발한 암을 극복하지 못한다. 남은 가족인 아빠 데이빗과 딸 마고는 엄마를 잃은 슬픔을 드러내지 못한 채 서로 서먹서먹해진 일상을 보낸다. 어느날 친구와 스터디를 하러 가서 부재중 전화 3통만을 남긴 채 마고가 사라지고,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IT 기기를 이용하여 단서를 찾아가는 데이빗의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사라진 가족을 찾고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는 흔히 접할 수 있는 플롯이다. 리암 니슨의 영화 <테이큰>이 주인공의 직업적 특성을 십분 활용한 전투 액션극에 중점을 두었다면, 여기서는 IT 업종에 종사하는 데이빗이 구글, 페이스북 등을 활용하여 단서를 찾아가는 실험적인 스릴러를 보여준다. 일반적인 영화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전지적 관찰자 시점을 사용하는 반면, 영화 <서치>는 철저하게 등장인물의 시선이 디지털 디바이스 매체를 통해 재생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는 파운드 푸티지[각주:1] 장르로, 예전에 비슷한 형식의 영화로 <크로니클>, <클로버필드>가 있었다.

 

영화 <크로니클>

</크로니클>

 

 

앞의 영화가 다큐멘터리 형식의 카메라 화면을 통해 현장감을 강조했다면, <서치>에서는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이나, 화면 전환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강조하고 있다.

 

 

 

사랑의 다른 이름

 

가족 영화적 요소를 도입한 <서치>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릇된 사랑의 다른 형태를 비유적으로 제시한다. 데이빗과 마고의 사랑, 여경 로즈마리의 아들에 대한 보호의식, 데이빗의 동생 피터의 조카에 대한 사랑은 조금씩 어긋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출된다.

 

데이빗은 엄마의 사망 이후, 마고에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며, 마고는 그런 아빠가 상처받을까 두려워 엄마를 그리워하면서도 속으로만 삭힌다. 여경 로즈마리는 정신에 문제가 있는 아들을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른다. 삼촌 피터는 조카 마고의 아픔을 공감하며 들어주려하지만 미성년자에게 마리화나를 건네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의 어긋난 사랑은 나비효과처럼 서로 맛물려 비극적 사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관음증적 시선

 

휴대폰이 등장하기 전 가정에 한 대의 전화기를 두고 소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가족들을 거치며 가족끼리는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서로의 교우관계에 대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집에 유선전화가 한 대 뿐이었다.

 

 

하지만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고 개인 SNS가 확산되며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은 각자의 휴대폰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온전하게 자신만의 소통공간을 갖게 되고, 이를 선택적으로 타인에게 드러낼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경쟁하듯 자신의 일상과 생각들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했다. 공개와 노출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은 온라인을 타고 퍼져나간다.

 

데이빗도 마고가 실종된 이후 딸의 친구들과 연락을 취하려 하지만 누가 딸과 친한지, 누구와 어울리는지 조차 모르는 자신을 보며 한탄한다. 결국 딸을 찾기 위해 마고의 컴퓨터를 켜고 SNS를 탐색하기 시작하며, 계정은 비밀번호 찾기 하나로 손쉽게 뚫려버린다. 개인의 깊숙한 사적 영역은 비밀번호가 뚫리는 순간 모든 민낯을 드러낸다. 누군가는 이 장면을 보며 실종사건보다 자신의 SNS를 탐색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더욱 섬뜩한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마고의 페이스북 계정을 탐색하는 데이빗

 

 

최근의 형사사건에서 카카오톡 대화를 복원해서 지워진 대화를 찾아내거나, <리벤치 포르노> 협작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장 보호되어야할 사생활도 한번 데이터화를 거쳐 온라인에 업로드되는 순간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 폭탄으로 변해버린다.

 

 

 

가식과 보여주기

 

과거에는 타인과 인연을 맺기 위해 꽤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직접 만나거나 편지를 쓰고, 서로 시간을 맞춰 전화기 앞으로 가야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기다림을 전제로 하는 의사소통은 서로간에 차분한 상태에서 감정을 주고받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전달이 느리므로 서로 급할 것이 없으며 오랜만에 받는 연락은 반가움이 더하기 마련이었다.

 

이제는 유선통신을 넘어 실시간 통신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읽음 유무를 알 수 있으며, 이제는 10분만 답장이 없어도 답답함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공각기동대> 속 세상에서는 뇌를 전자화하여 사람과 직접 통신이 가능하다.

</공각기동대>

 

 

또한 SNS는 실체가 없는 허위의 관계를 양산한다. 서로간에 인간적인 교류가 없어도 SNS에 "좋아요"나 상투적인 안부 메시지, 친구신청 등 디지털의 기표 몇 개 만으로도 상호간에 친구 관계가 성립된다. 영화 속에서도 평소에는 딸과 친하게 지내지 않던 사람들이, 실종 사건이 확대되고 방송사에서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마고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유튜브(Youtube)에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다. 가식과 보여주기로 덮힌 얇은 인간관계의 허와 실은 영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허탈한 웃음을 짓게 한다.

 

 

 

새로운 아류작을 기다리며

 

영화는 편집기술과 IT 기기를 영화의 전개도구로 적극 활용하여 저예산 영화로 큰 수익을 거두었다. 10억원대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에서 700억원을 벌여들였으니 엄청난 가성비라 할 수 있다..[각주:2] <서치>의 시도가 처음인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 측면에서 처음이라 부를 만한 결과물을 이뤄냈다. 신선한 작품을 수많은 아류작을 양산한다. 앞으로 <서치>를 따라한, 혹은 영감을 받은 수많은 유사 영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속에서 허수를 가리고 진흙 속의 진주로 성장할 기대작을 기대해본다.

  1. 영화 장르의 하나로, 발견된 미편집의 영상이라는 뜻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차용하기도 한다. - 위키백과- [본문으로]
  2.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11706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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