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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시비평][최정화][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 - 꽃, 숲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 - 꽃, 숲

 

2018.10.1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최정화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관의 다른 전시실에서는 SBS 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은 4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올해의 작가상>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작가 1인을 후원하는 현대차 전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18: 최정화 - 꽃, 숲>>

올해의 작가상 2018

 

 

작가에 대하여

 

최정화 작가에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플라스틱이다. 그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고,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며 디자인과 디스플레이를 공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해나갔다. 지루한 미술을 재밌는 놀이로 만들고자 선택한 재료가 플라스틱으로 대변되는 일상용품들이었다. 플라스틱은 대량생산 시대의 대표적인 부산물로 우리 생활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버려진다. 가벼우면서 강도가 크고 유연하며, 수많은 색상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니 어떤 물감보다 훌륭한 재료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화려하다 / 출처 : http://www.me.go.kr/upload/36/editor/201609/12/20160912165028.jpg

 

 

 

 

우리는 예술가다

 

그는 예술을 어렵게 만드는 모든 것에 반기를 들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닫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비난과 평가는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그것이 바로 예술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누구보다 이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이가 최정화 본인이다. 좋은 예술은 설명이 필요 없으며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통하고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체험공간 - 누구나 예술을 하고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장소

 

 

 

꽃, 숲

 

그는 다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이나 기타 소모품들을 엮어 긴 장막을 만들기도 하고, 물건들을 쌓아 높은 탑을 만들어 올린다. 이제는 플라스틱에서 확장되어 인간이 만든 모든 물건들을 모아 자신의 작업으로 전치시킨다.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맥락은 사라지고, 쌓고 뭉치고 결합하는 행위와 시도가 예술의 전부가 된다.

 

최정화 - 해피투게더 / 출처 : https://gooruum.com/1610/moiza-mouza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꽃과 숲으로, 전시장 곳곳을 둘러봐도 꽃이나 숲의 형상은 찾기 어렵다. 대신 미술관 밖 마당에 설치된 대형 설치작품인 <민들레>에서 꽃씨 하나하나를 시민들이 기부한 그릇과 냄비같은 물건들을 쌓아 기념비적인 꽃의 형상을 구현했다. 이것은 작가의 작품이면서도 작품에 참여한 시민들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최정화 - 민들레

 

성북구청에서 진행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숲>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다. 녹색 소쿠리를 높게 쌓아올린 기이한 형상의 막대형 조형물은 길을 따라 수 십개가 줄지어 늘어서며 플라스틱 숲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주변에는 시민들이 기부한 컵을 줄로 엮어 창문 가리개를 만들어 놓았는데, 주민의 몰이해와 근처 종교단체의 반발, 비교적 조악한 완성도로 실제 전시기간보다 단축되어 이른 철거를 앞두고 있다.

 

최정화 - 숲

 

특히 참여형 미술을 표방하며 관객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여자의 역할을 극히 제한적이며, 작가 하부에서 단순한 조력자 혹은 참여자에 그칠 뿐이다. 영화가 종합예술로 부상하며 감독과 제작진의 관계를 형성했던 것처럼, 미술에서도 그러한 역할 분담과 참여과정이 세분화되고 적극적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전시장 곳곳은 물건을 쌓아올린 수많은 탑으로 가득하며, 탑 뒤로 흰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장막은 두 줄로 이루어져있어, 두 장막 사이에서 서서 보면 장막으로 이루어진 긴 통로가 보인다. 탑에는 조명장치가 들어있어 조명이 꺼지고 켜지면서 장막을 통해 긴 그림가 드러났다 사라지는 효과를 연출한다.

 

두 장막 사이로 긴 그림자 길이 이어진다.

 

우리는 작가가 만든 탑을 바라볼 때 탑을 이루는 개별의 물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탑을 이루는 실루엣의 외양을 본다. 장막 너머의 그림자 탑을 볼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누구도 탑을 이루는 물건이 어디서 어떻게 온 것인지, 어떤 맥락에서 결합되는 것인지 전혀 알 수도 없으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실물을 보면서도 결국 그림자를 보는 것과 다른 시야를 가지지 못한다.

 

사람들은 쌓아올린 탑의 구성요소보다는 외양에 집중한다.

 

오브제를 작품에 사용할 때는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개별의 역사와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는 타인이 생성한 오브제를 자신의 작업으로 전치시키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맥락을 철저히 파괴한다. 전시를 보는 내내 작가가 쌓아올린 탑의 이미지보다는 물건 자체에 대한 역사와 기원에 더 관심이 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를 관통하여 살아남은 물건들, 그 익숙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물건들에 대한 진실이 더욱 궁금하였다.

 

 

 

 

일상의 예술화

 

최정화의 예술은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버려진 물건들을 모으고 수집한 뒤 높이 쌓아서 무에서 유형의 가치를 창출한다. 재료와 과정, 작가를 떼어놓고 결과물만 바라보면 화려한 무지개빛 색감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미적인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제작 방식은 언뜻 재활용이나 정크아트의 분류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코끼리 / 출처 : https://inhabitat.com/hundreds-of-children-build-amazing-elephant-sculpture-from-900-recycled-plastic-bottles-in-the-uk/

 

쌓는 작업 또한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돌탑을 쌓고 배회하는 인간의 기복행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 곳에 작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첨가한다. 대중을 참여시키고 그들 스스로를 예술가로 키워내며 작품의 과정에 포함시킨다. 예술이 작업실에서 고뇌하며 붓을 들고 무엇인가를 그려내거나, 칼로 조각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고 가볍게 소꿉장난을 치듯이, 일상의 놀이를 예술로 변모시킨다.

 

 

 

인공과 자연의 사이에서

 

플라스틱은 현대문명의 부산물이다. 결코 자연발생적으로는 생겨날 수 없는 물질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것 또한 자연의 일부라고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냈지만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기에, 인공도 결국 크게 자연 속에서 순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조미료로 흔히 사용하는 다시마 같은 MSG를 인공조미료라고 배척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인공 조미료의 성분은 자연의 성분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성분을 정제하고 분리하였을 뿐이다.

 

 

MSG 이미지 개선 광고

 

최정화의 인공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의 손길을 거친다는 것은 자연에서 특정 요소를 분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이다. 플라스틱이 썩지 않는다고 해서 지구의 긴 시간에서 보면 모든 것은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인공과 자연은 의외로 가까운 사이일지도 모른다.

 

 

 

시민참여의 새로운 시도를 기대하며

 

 

지난 전시 <꽃>과 이번 전시 <꽃, 숲>은 시민참여가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 테마로 다뤄진다. 다만 참여작의 역할이 재료 수집의 측면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참여라는 요식 행위를 충족시키기 위한 재료 수집의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기에 사람들이 작품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면 시민들에게도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 주도적 참여의 기회를 열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