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랑 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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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천재 다빈치전

- 2010.9.28.[Tue] ~ 2011.5.1.[Sun] -

 

 

전시를 소개하기 앞서 <세상을 바꾼 천재 다빈치전>은 제가 반년 넘게 도슨트 및 스탭으로 참여했던 전시입니다. 덕분에 일산에서 삼각지까지 매주 주말을 함께했는데요. 전역 후 첫 아르바이트이자 난생 처음 해본 도슨트 활동이었습니다. 전시가 어린 아이들과 단체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주말마다 수많은 단체 관객을 이끌고 작품 설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첫 도슨트의 긴장과 떨림은 아직까지 기억날 정도로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아르바이트를  꼽으라면 바로 <세상을 바꾼 천재 다빈치>전을 들고 싶어요.

 

먼저 전시가 열린 곳은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로 얼마 전에 <원피스> 전으로 논란이 있던 곳입니다. 전범기 삽입으로 문제가 된 <원피스> 전시를 왜 전쟁기념관에서 해야하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했는데요. 평화를 기원하고 전쟁의 희생자와 영웅을 추모하는 기념관과 맞지 않다는 것이 주 논점이었습니다. 뭐 위치로만 본다면 삼각지역과 까깝고 미군기지와 접하고 있어서 가족과 파견군인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기도 합니다. 가끔 영어로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셔서 당황한 적도 많았어요...^^;;

 

본 전시는 프랑스의 공학자이면서 최초로 멀티스펙트럼 카메라를 개발한 파스칼 코테(Pascal cotte)가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직접 촬영하여 밝혀낸 모나리자의 25가지 비밀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보고나면 모나리자 하나를 분석하기 위해서 다빈치의 일생이 구색맞추기로 들어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데요.

모든 작품과 전시물이 복제품 및 설계도를 바탕으로 한 모형인 탓에 도슨트 해설 없이 혼자 전시를 즐기는 분들의 불만도 꽤 컸습니다. (도슨트를 전부 듣고 영상까지 시청하면 2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혼자 작품만 쑥 훑어보는 분들에게 30분도 채 안걸리는 전시였죠.)

 

게다가 이탈리아 다빈치 박물관의 전시물품을 공수해온 것도 아니고, 모나리자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중국계 회사에서 자체 제작한 거라 작품 자체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진품이 하나도 없어서 전시 보험료도 엄청 저렴했다는 이야기가...) 원본이 없는 탓에 모형 형태도 박물관에 따라 형태가 각양각색입니다. 솔직히 이번 <다빈치>전의 모형 퀄리티는 별로 높지 않았어요. 그만큼 전시는 모나리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해 온 전시품을 보고 싶으시면 제주도 <다빈치뮤지엄>을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저는 사진으로만 봤는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다빈치>전보다 10배는 더 좋아 보여요...

 

다빈치뮤지엄

http://www.davincimuseum.co.kr/

 

직접 파스칼 코테가 내한하여 모나리자의 비밀에 대한 설명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전시를 위해 파스칼 코테가

직접 내한해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上)사진은 파스칼 코테가 모나리자 뒷면의

비밀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모습입니다.

 

 

저는 <다빈치>전이 끝난 뒤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직접 모나리자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박물관에 가더라도 모나리자가 있는 방만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가까이서 작품을 보기도 어렵고, 저렇게 작품 뒷면을 본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죠.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렇게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뒷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다른 전시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모나리자의 적외선 촬영사진에서 나타난 사라진 눈썹의 흔적을 설명하는 파스칼 코테

 

 

다빈치가 작성한 코덱스(Codex)의 한 페이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시장 내부를 둘러보겠습니다.

 

 

전시장 입구입니다.

 

기획전시실은 메인 전시장이 지하 1층에 있습니다. 때문에 1층에서 입장하고 바로 지하로 내려가서 전시를 관람한 후에 1층으로 올라와서 나머지 전시장을 둘러보는 구조입니다. 올라갈 때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내려갈 때는 계단을 통해 가야돼서 불편함 점이 있죠.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지만 좀 길이 복잡합니다.

 

 

입구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곳입니다. 다빈치의 일생과 코덱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다빈치는 1452년 4월 15일 생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멀지않은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빈치 마을에서 유명한 가문의 공증인이었던 피에로 다빈치와 가난한 농부의 딸인 카타리나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납니다. 당시 비천한 신분이었던 다빈치는 정식으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종이게 그림으로 그리곤 했는데요. 오늘날 재현된 작품들의 과학적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그의 수기노트-코덱스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원래 2만 4천 페이지 이상의 기록이 남아 있었는데, 오늘날은 6천 페이지 정도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도 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를 1995년에 구입하여 개인소장하고 있습니다.

 

<비행의 아버지> 파트

 

다빈치는 비행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비행기계의 스케치를 남겼는데요. 다빈치의 기록을 분석해보면 어떤 고의적인 설계 결함이 나타납니다. 다빈치는 코덱스를 작성하면서 거울쓰기방식(mirror image writing)을 사용했는데요. 실제로 코덱스의 글을 보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이 쓰여 있습니다. 이는 노트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적인 실수와 생략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기계장치의 결함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풍향계 모형

 

 

<비행의 아버지> 파트 전시장 풍경입니다. 다양한 비행장치를 볼 수 있는 곳이죠. 다빈치는 낙하산도 제작했는데 실제로 한 연구팀에서 다빈치의 낙하산을 실제로 실험하여 그 유용성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전시장 내 영상실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50분짜리 영상인데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영화상영하는 줄 알았나...)

 

 

<수력학과 수중기계장치> 파트 입니다. 전쟁 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나무다리와, 잠수함, 잠수복 등 오늘날 쓰이고 있는 장치의 상당수를 고안했습니다.

 

 

잠수함 모형

 

 

다른 각도에서 본 풍경입니다.

 

 

<산업기계> 파트

 

다빈치는 당시 도시에 창궐한 흑사병의 여파로 수많은 시민들이 사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도시를 구상합니다. 뿐만 아니라 태엽을 감아 움직이는 자동차도 고안했다고 하네요. 다빈치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요?

 

 

다빈치의 자동갑옷

 

다빈치가 생각했던 자동 갑옷입니다. 모형이 좀 어설퍼보이는데요. 다빈치의 아이디어 한계일까요, 아님 도용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생략일까요? 정답은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기겠습니다.

 

 

<물리학> 파트

 

여기서는 실제로 기계들을 조작해 볼 수 있어요.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옆 친구가 만지고 나면 자기도 하고 싶다며 떼를 쓰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기계장치를 확대한 모습

 

회전운동을 수직운동으로 바꿔주는 장치입니다.

하도 많이 돌렸더니 모서리가 너덜너덜 하네요... 

 

 

회전운동의 방향을 바꿔주는 기계입니다.

 

 

<음악과 시계장치> 파트

 

여기서는 거울의 방이 가장 인기가 많았어요.

셀카 찍기의 명소라고 하죠.

 

 

 

<해부학> 파트

 

다빈치는 실제 인체의 내부 구조를 알기 위해 직접 시체를 해부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해부학 교과서와 비교해도 그 오차가 거의 없을 만큼 정확도가 뛰어납니다. 특히 임산부의 뱃속을 그린 그림에서 그의 강한 열정을 엿볼 수 있어요.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입니다.

 

 

<르네상스 아트> 파트

 

다빈치의 회화작품을 모아놓은 곳인데요. 여기서 많은 관람객들이 실망하고 갑니다. 복제품이라는 점은 둘째로 치더라도 인쇄 해상도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었거든요. 간혹 진품인줄 알고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관객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렇기때문에 관람객들을 만족시켜 드리기 위해 이 파트에서는 더욱 도슨트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도슨트가 풍성해 질수록 관람객의 만족도는 수직상승하니까요. 작품 하나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좌) 암굴의 성모, 1486년, 루브르 박물관

(우) 암굴의 성모, 1506년, 내셔널 갤러리

 

관람객의 호응이 가장 좋았던 작품입니다. 왼쪽 암굴의 성모는 다빈치가 1483년 밀라노의 한 수도원의 의뢰를 받고 그린 제단화로, 첫 작품이 당시 밀라노를 지배하던 프랑스 왕에게 넘어가자 1506년에 똑같은 그림을 다시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은 아기 예수와 세례자 요한이 만나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요. 두 인물은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이집트로 피난을 가는 도중에 만나게 됩니다.

 

중앙의 마리아, 왼쪽의 세례자 요한, 오른쪽의 예수 그리고 예수 뒤쪽에는 가브리엘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은 스푸마토(sfumato) 기법을 사용하여 풍부한 공간감을 보여주고 있죠. 같은 작가가 그린 그림이지만 두 그림이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가브리엘의 손동작이나 요한이 지고 있는 십자가, 수풀의 꽃 등 이런 차이들이 그림의 뒷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스포르자 기마상> 파트

 

다빈치가 유일하게 제작했던 조소상이지만 현재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전쟁 때 무기 제작을 위해 기마상을 녹여벼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련 영상을 통해 제작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요.

 

 

여기부터는 1층 전시장입니다. <앙기아리 전투>의 스케치와 여러 전쟁 무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목을 <레오나르도의 이중성>이라고 붙였는데요. 평화주의자로 알려진 다빈치는 국가를 위한 전략가와 기술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전쟁 기계들을 발명했습니다. 모나리자같은 작품과 저런 전쟁기계를 동시대에 제작했다니 참으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뭐 나름의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요?

 

 

 

전시의 핵심인 <모나리자의 비밀> 파트 입니다. 그림 하나를 분석하기 위해 파스칼 코테가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이네요.

오늘날 우리가 보는 모나리자는 색이 바랜 다소 누리끼리한 색감을 띠고 있습니다. 파스칼 코테는 멀티스펙트럼 카메라를 이용해 3시간의 촬영 끝에 2억 4천만 화소로 구성된 13장의 이미지를 얻어냈는데요. 이를 통해 기존에 밝혀지지 않았던 모나리자 그림의 비밀을 밝혀냅니다.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그리기 위해 특별한 광택기법을 사용합니다. 앞서 본 <암굴의 성모>에서 사용했던 스푸마토 기법을 모나리자에도 도입하는데, 그림에 여러 겹의 물감과 광택제를 덧칠하여 사물의 윤곽을 안개에 싸인 것처럼 흐릿하게 처리합니다. 분석결과 모나리자의 눈가와 입가 주위에는 산화망간 성분의 얇은 막을 최대 30겹까지 입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모나리자를 유명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눈썹 없는 얼굴인데요. 그림을 그릴 당시에는 눈썹을 민 여인이 유행이었다, 복원 작업 도중에 지워졌다는 등 여러 설이 있었습니다. 파스칼 코테는 멀티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세 가지 가설을 제기합니다.

 

1. 다빈치는 그림을 그릴 때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하여 여러 번의 붓칠로 붓자국을 전혀 남기지 않으면서 작업을 했는데, 겹겹이 칠한 표면이 세월이 흐르면서 바깥 부분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눈썹이 사라졌다는 설입니다.

2. 속눈썹을 아주 가늘게 그리다보니 기름이 섞인 밑그림에 섞여 들어가면서 그린 흔적이 사라졌을 것이다.

3. 눈썹 주위에만 광택제를 바르지 않아서 속눈썹이 벗겨졌을 것이다. 눈 주변과 입 주위에 발생한 미세한 균열들이 이 가설을 뒷바침합니다.

 

 

모나리자의 미소 또한 유명합니다. 전체적으로 웃는 듯하면서 무표정인 모호한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 또한 스푸마토 기법과 연결됩니다. 스펙트럼 분석 결과 당시의 미소와 오늘날의 미소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다빈치가 눈과 입술 주변을 더욱 겹겹이 덧칠한 까닭에 시간이 흐르면서 바깥쪽 칠이 떨어지고 입꼬리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차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입술을 살펴보면 오른쪽보다 왼쪽 입꼬리가 살짝 더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입꼬리 형태가 달라지면서 전체적으로 모호한 인상을 주게 된 것입니다.

 

 

 

<모나리자의 25가지 비밀> 파트

 

모나리자는 20세기 전까지는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그러던 중 1911년 전직 루브르 박물관의 직원인 빈센초 페루자가 모나리자를 훔쳐 피렌체의 그림 상인에게 팔려다가 적발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는 그림을 훔친 동기가 모나리자를 조국인 이탈리아에 돌려주기 위한 애국적인 염원이었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몇 년 뒤 모나리자는 프랑스에 반환되고 이를 통해 모나리자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또한 1919년 마르셀 뒤샹은 모나리자의 얼굴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 넣기도 했으며 그림에L.H.O.O.Q 라는 글자를 적어 넣었습니다. 앤디워홀은 1963년 <서른 개가 하나보다 낫다>라는 작품에서 모나리자의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으로 재현했으며, 르네 마그리트는 1960년 <라 조콩드>에서 모나리자의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해버립니다.

 

마르셀 뒤샹, <L.H.O.O.Q>, 1919년

 

앤디워홀,<서른 개가 하나보다 낫다>

 

르네 마그리트, <라 조콩드>, 1960년

 

 

(좌) 현재의 모나리자 모습 (우) 원래의 색감을 복원한 가상 이미지

 

전시장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기타 공간을 살펴봅니다.

 

 

아이들이 다빈치 수첩을 작성하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전시장을 나오면 바로

기념품숍으로 이어집니다.

 

 

머그컵에서부터 파우치, 수첩 등등

온갖 기념품을 팔고 있습니다.

저도 전시가 끝나는 날에 몇 개 얻어와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네요...^^;;

 

 

여기는 스태프 휴게실입니다.

 

이상 <세상을 바꾼 다빈치전>을 전체적으로 살펴 봤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야 워낙 유명한 인물이고 그의 생애나 작품을 다룬 서적이나 논문들도 세상에 많이 나와있습니다. 굳이 여기서 다빈치의 작품세계를 자세하게 다루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나름 최대한 간추려서 전시 리뷰 위주로 적어봤어요.

 

만능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세상에 누구보다 잘 부합하는 다빈치의 활발한 탐구정신을 배워보자는 다소 상투적인 말로 이만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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