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랑 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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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광 회고전 《0.419㎡의 물상》


- 2018.03.27 -



1. 가나아트센터를 가다



봄기운이 물씬 올라오던 어느날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를 방문했다. 평창동이라 하면 드라마에서나 보던 부자집들이 주로 떠오르던 곳인데 실제로는 곳곳에 갤러리와 카페도 많이 있다. (물론 가격은 비싸다...)


산자락이고 교통편이 좋지 않지만 집에서는 가까운 편이다. 불광역에서 7211번 버스를 타고 롯데아파트 역에서 내린 뒤에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금방이다. 건물은 장 미셀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설계하여 평창동에서도 매우 유명하다고 한다.



사진출처 :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033507


꽤나 고집이 있어보이는 인상의 건축가로 건축에 미니멀리즘을 도입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출처로 가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2. 전시의 첫인상




사실 전국광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대충 젊은 나이에 요절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여러차례 입상을 했던 작가라는 사실만이 사전지식의 전부였다.



전시장 로비를 지나 벽 너머로 보이는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동과 희열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그동안 누군가의 작품을 보며 크게 감동받은 일이 없다고 느꼈었고, 작년에 봤던 줄리안 오피(Julian Opie) 개인전을 인생 최고의 전시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번 전시는 본인이 느끼던 전시의 감상순위를 다시 정해야할 만큼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었다. 작가의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작업의 방향과의 접점을 만난 느낌이랄까. 작품을 보며 내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동질감이 머리속을 휘감았다.



3. 전시 감상



1945년도에 태어나 1990년에 사망했으므로, 만 45세의 짧은 나이에 요절한 셈이다. 첫 개인전이 열린 해는 1979년으로 만 39세이 나이니 요즘 기준으로 결코 빠른 것은 아니다. 그 뒤로 약 10년정도 활동하다 사망했으니 20년 작업의 결과물이 이번 전시인 셈이다. 


<적>, <매스의 내면>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두가지 주제이다.


첫 개인전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적>시리즈를 통해 동일한 면의 반복, 축적, 구조적 형태 등 쌓는 행위과 구조에 대한 다양한 탐구가 돋보인다. 내가 동질감을 느낀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보통 조각이라 함은 덩어리를 깎아내거나 면을 하나씩 붙여나가는 반면에, 쌓는 행위는 어찌보면 차라리 건축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당시의 격자무늬 쌓아올림은 21세기에 와서는 디지털 그리드의 형상으로 새롭게 재해석된다. 홍승혜 작가에 대해서도 한번 공부해 봐야겠다.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보고 싶다.







30회 국전에서 <매스의 비>로 대상을 수상한 뒤에는 조각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조각이 가지는 구조적인 특성, 형식 자체에 대한 메타적인 탐구로 보인다. 사실 요즘 작가들 중에 이런 식의 탐색을 시도하는 작가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 작가가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왔다면 보여주었을 다양한 탐구정신의 결과물이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드로잉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선생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부인도 같이 미술을 하던 사람이었기에 남편의 떠난 뒤에도 작업물을 잘 정리하고 보관하여 이렇게 지금까지 전시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작품은 제작이 반 보존이 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내 눈에만 보고 끝이라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간의 본성은 남에게 드러내고 인정받아야만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드로잉을 보며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드로잉과 마케트(Maquette)는 다르다.

마케트를 만들어놓고 드로잉이라 우기면

작업이 안만들어 진다.



잘 그린 드로잉도 한 점의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드로잉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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