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랑 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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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독립운동기념탑

 

2018.08.25

 

1. 왜 고양독립운동기념탑인가?

 

고양독립운동기념탑을 논하기에 앞서, 고양시에는 기념탑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할 듯 싶다.

먼저 일산서구 덕이동에는 현충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덕양구 관산동에는 필리핀참전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독립운동을 기념할 만한 시설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양시 안에 기념탑을 세워 시의 상징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 관계자들과, 고양시 광복회 등 관련단체들의 염원이 만나 기념탑 건립을 위한 운동이 시작되었다. 물론 독립운동이 고양시에서만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이미 전국 각지에 수많은 독립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으며, 지금도 다른 지자체에서는 새로운 독립운동기념탑을 세우기 위한 준비를 하고있다. 그런데도 굳이 세금을 들여 기념탑을 또 세워야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상징물은 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될 수 있으니까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고양현충공원 http://www.gys.or.kr/subpage/index/290

 

 

2. 공모과정

 

공모를 진행하기 앞서서 (사)대한민국역사문화원에서 [고양독립운동기념탑 건립 타당성 및 방향성 연구]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였다. 그 외에도 2013년에 [고양독립운동사]를 발급했으며, 관련 학술심포지움도 개최하는 등 여러방면에서 건립을 위한 노력들이 지속되었다.

 

건립 후보지는 현재 기념탑이 세워진 일산문화공원 외에 호수공원 내부의 공간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문화공원 광장으로 선정되었다.

 

출처 : 다음지도

 

 

 

기념탑 조성은 조달청 공모로 진행되었으며, 나라장터 홈페이지에서 공모와 관련된 내용이 확인 가능하다.

 

 

나라장터 홈페이지 www.g2b.go.kr/

고양 독립운동 기념탑 등 제작 설치 : 공고번호 20170803753

 

 

설계와 시공을 같이하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작품의 성격에 가까운 조형물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었다. 원래 설계와 시공을 따로 발주하는 이유가 시공의 품질을 확보하고 부정비리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조형물의 경우 작가 작품의 연장선상으로 보고있기 때문에, 작가가 설계부터 시공 전반에 걸쳐 참여해야 작가의 의도가 온전히 반영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설치되는 조형물의 품질과 마감을 보면, 이런 방식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부분은 추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출처 :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3197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0787

 

 

턴키방식으로 진행된 공모의 당선 CG 조감도와 실제로 설치된 모습이다. 둘의 차이에서 뭔가 느껴지는 점이 있지 않은가?

 

 

고양독립운동기념탑 공모는 2017년 9월~10월 사이에 진행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어반스페이스(대표 : 윤진하)가 최종협상자로 선정되었다.

낙찰금액이 15억 2천1백만원으로 조형물 공모중에서는 대규모의 사업이나, 업체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공공미술포털에서 대표자명을 검색하면 고양기념탑과 유사한 스타일의 조형물 몇 점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기념탑 사업은 작가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것이 아니므로, 굳이 작가의 약력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사업에서 굳이 설계와 시공을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뻘글>

 

 

<어반스페이스>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하여 잠시 구글링을 해 보았다. 사업자번호가 127-41-82969로 나라장터에서 확인가능한 정보다. 사람인에서 기업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2008년도에 설립된 회사로, 공개된 기업정보가 2014년까지라서 정확한 파악은 어려웠다. 기업평가 자료가 있지만, 유료이기 때문에 굳이 돈을 내고 찾아볼 필요는 없었다. 특이한 점은 공모당시의 대표자가 윤진하인데, 현 대표자는 윤석순로 되어있다. 윤진하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지만 윤석순으로 검색하면 서울대 미대 조소과 89학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반스페이스는 2014년 기준 매출액이 3억 7,394원에 불과하며 직원도 2명뿐이다. 3~4년 사이에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지 않았다면, 거의 1인기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기업이 혼자서 15억이 넘는 사업을 진행할 능력은 없기 때문에 필히 시공이 가능한 공동수급업체가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어반스페이스 http://www.saramin.co.kr/zf_user/company-info/view?csn=1274182969

 

 

건축을 비유로 설명하면 설계업체가 시공업체를 섭외해서 같이 공모판에 들어온 형태다.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싶다.

 

 

 

3. 현장사진

 

 

원래 잔디밭으로 막혀있던 곳이었는데, 기념탑을 세우며 세로로 긴 인도가 뚫렸다. 덕분에 국기 계양대와 기념탑을 직선으로 이어주는 길이 확보되었다. 법적으로 일정한 녹지면적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사라진 잔디밭은 기념탑 주변의 잔디언덕으로 채워졌다.

 

출처 : 다음 로드뷰

 

원래는 이렇게 막혀있었다.

 

 

 

 

길이 뚫린 곳 앞에는 독립운동가 공훈 비석이 세워져 있다.

 

 

 

 

CG 조감도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CG 이미지의 한쪽 날개는 황금빛에 가까운데, 실제 기념탑은 브론즈 컬러에 가깝다. 업체에서 CG 조감도를 과장하여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양쪽 날개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지대도, CG에는 표현되지 않았던 것이다. 조형물 공모는 일단 이미지만 예쁘게 뽑고나서, 당선 후에 적절하게 실현가능한 형태로 바꿔 제작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출처 :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417066

 

 

 

 

정말 좋은 작품은 CG보다 실물이 훨씬 좋아보인다고 한다. CG가 더 좋아보인다면 실패한 작품이라는 뜻. 판단은 보는 이들에게 맡길 뿐이다.

 

 

 

 

하단 원형 광장 벽면에는 고양 독립운동가들의 공훈이 새겨져 있다.

 

 

 

 

 

 

벽에는 돌부조가 새겨져 있다. 왼쪽에는 어린아이들이 꽃밭에서 자전거를 타고가는 모습이, 배경에는 호수공원과 열차가 보인다.

 

 

 

 

오른쪽 벽면에는 만세운동을 펼치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으나, 그 미적 감각이 참 조악하다. 판에 박은 듯한 포즈와, 개성없는 얼굴에 인체비례도 묘하게 어긋나 있다. 작가의 의도라 보기에는 전체적으로 어설픈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원래 이런 부조는 잘 만들든 못만들든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부분이니까.

 

 

 

 

그래도 정발산역에서 바라보는 뷰는 시원하게 잘 조성되었다. 디테일, 마감, 디자인 등등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은 없지만 이렇게 길을 내고 사람들의 동선을 새로 조성한 방식은 괜찮다. 야간에 온 적이 없어서 조명효과를 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래도 조명효과를 잘 넣었다면 꽤 멋있는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고양시가 인구 100만을 넘은 뒤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예산을 바탕으로 여러 예술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조형물이 설치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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