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빌딩 앞이나 아파트 단지에 있는 미술작품에 관하여 궁금했던 적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의하여 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축물을 짓는 경우에는 1% 이하의 범위 안에서 미술작품을 설치하거나 기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법의 내용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시의 큰 빌딩 앞에 있는 미술작품들은 대부분 법에서 만들라고 해서 세워진 것들이다.
다만 최근에는 미술작품을 설치하지 않고 기금으로 대신 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원흥역 주변의 주상복합 단지를 둘러보면 미술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어딘가 안 보이는 곳에 설치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기금으로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보자면 미술작품 심의가 까다로워지면서 심의 통과를 못하니 준공이 우려되어 기금을 대신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금을 내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분양가의 일부가 미술작품 비용으로 쓰였을 것인데, 작품이 설치되지 않는다면 재산권을 침해당한 기분이 들 것이다.
원흥역 로얄듀크비스타와 원흥역 푸르지오 오피스텔에는 미술작품이 보이지 않았다. 관련 서류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기금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큰 규모의 미술작품이 설치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주변 단지에 미술작품이 설치되지 않아서, 원흥역 봄오피스텔에 설치된 미술작품들이 무엇보다 눈에 잘 보인다. 삼송역 원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에는 큰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은 다음에 다루어보겠다.
작품은 총 2점이 설치되었으며, 건물 바깥 사거리와 접하는 보행통로 쪽에 1점이 건물 내부의 중정 부분에 1점이 설치되어 총 2점이 있다.
작품제목 : 봄날 (비보이!)
작가 : 장형택
설치연도 : 2018년
작품내용 : 본 작품은 젊음을 상징하는 비보이들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이곳에 랜드마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장형택 작가의 작품이 사거리에서 아주 잘 보이는 쪽에 설치되었다. 화강석 좌대 위에 춤추는 인물 형상이 1점, 주변으로 돌로 만든 벤치가 3개 정도 설치되었다. 무엇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인체를 파랗게 칠한 점이다. 젊음의 에너지를 표현한 것일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일까.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았다.
현대 시대에 현재를 조각하는 예술인 - 피플투데이 (epeopletoday.com)
관련기사를 찾아보았지만, 파란 인체의 연관성은 찾기 어려웠다. 공공미술포털에서 검색해 보니 파란 토끼가 있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것일까.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는 못하였다.
작품성과 내용은 내가 판단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므로, 작품 외적인 부분만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문제라고 느낀 것은 작품이 설치된 위치에 있었다. 랜드마크의 느낌을 주기 위해 사람이 많이 다니는 사거리 쪽에 설치한 것은 이해가 된다. 다만 상가건물과 너무 가까운 위치에 설치되어, 지금처럼 수많은 입간판과 현수막이 엉키면서 지저분한 모습이 되었다.
처음에는 간판이 1~2개만 있었는데 위치가 좋다보니 계속 수가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간판 설치가 위법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부분 상업시설의 환경이 이렇기 때문에 작품위치 선정시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상복합 건물의 상가부에는 작품을 설치하지 않는게 정답이라고 본다. 적당한 공개공지나 장소가 없으면 기금을 내는 것이 나아 보인다. 아니면 환경에 좀 더 어울리는 기능성 조형물이나 스트리트 퍼니쳐와 같은 방식이 나았을 거 같다.
작품제목 : 헤르파피 (Herpapi)
작가 : 최금화
제작연도 : 2018년
작품내용 : 헤르파피는 조각가 최금화의 '세헤라자데 이야기 시리즈' 중 '음악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스스로 자신을 연주하다가 다른 사람이 건반을 건드리면 연주를 중단하고 그 사람에게 건반을 양보한다. 헤르파피는 음악이야기에서 짝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연주를 하면 그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능력이 있다.
건물 안 중정에 설치되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지만 장소와는 잘 어울려 보인다.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내용은 기사로 대신하오니 읽어보기를 바란다.
<'세헤라자데'가 조각으로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 연합뉴스 (yna.co.kr)
개인적으로는 무난하게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의 표면이 전체적으로 반사재질로 마감되어 주변의 간판이나 메뉴판을 반사해서 작품의 이미지가 오염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장소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었다.
그리고 의견을 보태면 피아노를 형상화했으니 실제로 연주가 가능하도록 구현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이런 미술작품은 영구적 설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하자보수 문제로 실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쉬웠다.
예전부터 느끼던 것이지만 이러한 상업시설과 미술작품은 매번 최악의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작품의 질을 떠나서 작품이 영업시설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주는 순간부터 그 미술작품은 실패한 것이라고 본다. 유동인구가 많으니 작품 훼손도 빈번하다.
장형택 작가의 작품은 예전에 가게 트럭이 인도 위를 올라가다가 돌벤치를 쳐서 뽑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복구가 되었지만 시멘트가 과하게 덧칠한 흔적이 남아있다. 건축물미술작품이 공공을 위한 미술임에도 건축주의 돈으로 만들어지다보니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법에서 하라니까 최대한 재산권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싸고 저렴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자보수기간 2년만 지나면 미술작품은 더이상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돌맹이처럼 그저 방치되어 버린다. 앞으로는 작품의 보존뿐만 아니라 철거나 이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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