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에선 미술과 관련이 없어보이는 생리학 등을 공부했고, 졸업 뒤에는 기업에서 UI/UX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직장에서는 디자인을, 퇴근 후에는 예술을 하는 방식에는 서로 큰 차이가 있다.
디자인은 한정적인 소비대상을 가지고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며, 예술은 그 자체로서 완결된 가치와 목적성을 갖는다.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작업을 작가는 시간을 쪼개가며 해낸다. 그의 말처럼 수면부족으로 잠을 줄여가며 꾸준히 예술적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런 현실적 조건에서 콜라주 방식의 작업들이 나왔을 것이다. 전통적인 페인팅은 오랜 시간을 붙잡고 공을 들여야하는 만큼, 직장과 병행하기가 힘들다. 콜라주, 특히 작가처럼 디지털을 이용한 작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동안 틈틈히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을 한 화면안에 배치하며 우연 혹은 의도적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방식의 작업은 진입장벽이 한없이 낮아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상당히 세련된 이미지를 구성한다. 다만 순수성이 사라진 상업성에 가까운 세련된 광고 이미지를 바라보는 느낌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저 시간을 쪼개가며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의 열정과 노력에 존경을 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