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랑 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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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엄청나다. 지인은 몇 년 전에 캡투자로 목동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이번에 대박이 나서 수억원을 벌었다고 한다. 물론 값이 올랐다고 전부 이득인 것은 아니다. 현금화되어 수중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 돈은 아직 본인 것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직장인이 평생 벌 수도 없는 돈이 집값 상승을 통해 흘러 들어온다. 지금 살고 있는 고양시 원흥동 집값도 상승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임대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집값 상승은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내집 마련의 길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 원흥역 주변의 발전을 바라보며

 

원흥동 일대를 개발하면서 송전탑과 골프장이 있는 부지 근처 전체를 LH에서 임대아파트로 개발했다. 뇌피셜이지만, 송전탑 때문에 민간 개발이 어려울테니 LH에서 부지를 매입해서 진행한 것이 아닐까 싶다. LH 행복주택에 당첨되어 원흥동에 터를 잡은 것이 2017년 초였다.

 

행복주택 복도

 처음에는 임대주택만 덩그러니 서 있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편의점도 없어서 역까지 걸어가야 했다. 2년이 흘렀을까. 행복주택은 거주기간 제한이 있어서 옆단지 LH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했는데 다행히 턱걸이 점수로 당첨되었다. 그렇게 옆단지로 이사오고 또 시간이 흘러 어느덧 햇수로 5년이 지나갔다. 그동안 주변 모습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민간 분양 아파트들이 완공되고 상업시설이 들어오면서 얼추 신도시의 모습을 갖추어 나갔다.

 

그동안 주변 아파트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근처 삼송 3차 아이파크는 최근 매매가를 보면 10억을 넘어섰다. 코로나 이후 집값이 전체적으로 오르는 추세고, 서울과 가깝고 신축이 많은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출처 : 네이버 부동산
출처 : 네이버 부동산

글을 쓰면서도 또 한번 놀랐다. 2019년 9월 가격과 최근 2021년 2월 가격을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뭐 양도소득세와 여러가지 비용을 제하면 실제 수익은 그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직장인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3년 만에 수억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집값이 너무 오르다보니 이제는 화폐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2. 임대주택은 국가의 선물일까, 족쇄일까?

 

 

임대주택에 관한 한 유튜버의 의견

 

 

주변 집값이 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두가지로 나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집값이 오르는 살기 좋은 동네에서 저렴한 월세로 오래 거주할 수 있으니 국가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원흥동은 서울과 가깝고 택지개발지구라서 주변이 깔끔하고 무엇보다 주변에 스타필드, 이케아 등등 대형 쇼핑 시설이 있어서 삶은 정말 편리하다. 월세를 줄이기 위해 보증금을 다소 높이기는 하였지만 주변 시세에 비하면 지금 내가 내고 있는 월세 10만원도 평수와 환경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편이다. 서울을 제외한 임대주택 중에서는 비용이 전국에서 탑 순위 안에 든다. 그만큼 거주환경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무리해서 집을 샀더라면 지금쯤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분양가를 생각하면 빚을 내더라도 힘든 일이었다. 

 

임대주택의 문제는 살고 있는 동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임대주택을 나온 후가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역세권 근처의 임대주택은 지리적 조건이 좋고 개발호재가 있으면 주변 집값이 계속 오른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그러하다. 부동산 열풍에 GTX 호재까지 겹쳐서 집값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수년 뒤에 내가 소득이 조금 올라 임대주택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집을 나와야 할 경우 보증금 몇 천만원을 가지고 이 동네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GTX 개통은 먼일처럼 보이지만 집값은 이미 기대감을 충분히 뛰어넘고 있다.

 

즉 임대주택을 나오는 순간 나는 서울에서 더 먼 곳으로 밀려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주거 수준을 낮춰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알아봐야 한다. 아니면 계속 가난한 상태로 오래동안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던가. 선택지는 많지 않다.

 

 

3. 국가가 내놓은 해답은 결혼과 출산

 

미래의 기대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가장 희망적인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빠른 시일 내에 결혼을 한 뒤에 창릉신도시 신혼부부 청약을 넣어 당첨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2~3년 동안 부부가 열심히 저축해서 중도금 일부를 값고 나머지는 살면서 갚아나가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집값이 수억이 오르면 집을 팔고 근처의 오래되고 넓은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s://news.joins.com/article/23998924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세계를 통틀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정책과 혜택은 신혼부부 위주로 나올 것이다. 국가에게 남성 1인 가구는 결혼 전 잠시 거쳐가는 중간다리일 뿐이다.

 

 

4. 언제까지 이 곳에서 살 수 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 이후로 수입이 많이 줄어들어, 당분간 임대주택 거주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소득으로는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전업작가로 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익이 보장되는 투잡이 필요한데 최근에는 그런 일자리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 

 

만약에 일반적인 직장에서 꾸준히 연봉을 받으면서 커리어를 쌓아갔다면 아마 3~4년차 즈음에는 임대주택을 나와야 할 것이다. 애초에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입주 조건이 안된다. 그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1인 가구 기준 소득이 너무 낮은 관계로 아르바이트 정도의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입주 자격에 들어가지 않는다. 애초에 임대주택은 서민 주거를 위한 것이니까 이해는 간다. 돈에 여유가 있다면 근처 민간 임대아파트도 있으니까 그런 곳을 찾아보면 될 것이다.

 

몇 년뒤에 일이 조금 잘 풀려서 수입이 늘어나서 임대주택에서 나와야 하는 때가 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가끔식 그런 고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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