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이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정확히 말하면 수입이 없다는 말이 맞겠다. 돈이야 객관적으로 보면 있기는 있다. 2년 뒤 갚아야 할 2천만 원 대출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대출금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불융자 대상이라 금액을 깎아준다. 요즘 일이 많이 안 들어오는 바람에 이대로는 많이 깎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암튼...
전시가 3월에 있으므로 전시를 위한 재료비는 어쩔 수 없이 들어간다. 어제는 USB를 사는데만 6만 원이 넘게 들었다.
다이소에 가면 같은 용량을 5천 원에 파는데 왜 1개에 3만 원이 넘는 USB를 샀냐면은 복제방지기술이 들어간 USB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직 미디어 작품 거래에 대한 감이 없지만, 그냥 일반 USB에 작품을 담아 줄 경우 컴퓨터에 연결하면 무방비로 복제가 가능하다. 내가 컬렉터 입장이라도 작품이 마음에 들면 그냥 USB만 꺼내서 복제해서 여러 군데 틀어놓고 싶을 수도 있다. 어차피 누가 감시하러 오는 것도 아니니까.
본인도 토렌토를 써본 입장에서 뭐라 할 입장도 못된다. 방법은 애초에 복제가 불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다.
그 보안에 대한 비용이 1개당 3만 원 가까이 발생한다. 물론 작품값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이기는 하다.
지금 경기가 안 좋은데 전시를 나간다고 작품이 팔릴 수 있을까? 나는 확신이 없다. 그렇지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면, 일단 최선을 다해놓고 후회하는 게 낫지 싶다. 그래서 작품을 최대한 열심히 조립하고 있다.
본인 작품은 영상이 본질이니, 열심히 디지털 캔버스를 조립한다는 말이 맞겠다. 이것도 좀 요령이 생겨서 2년 전보다는 조금 더 만듦새가 나아지고 있다.
아무튼 잡설이 길었는데, 청약 신청은 무사히 끝났고 다음 달이면 발표가 난다. 만약에 당첨이 된다면, 2026년에 청약을 하고 돈을 내기 시작하겠지. 최소 2~3억이 필요하다.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있으니 새집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야 할까 고민이 들겠지만, 나는 새집이 좋다.
단칸방 살던 유아기를 제외하곤 좁아터진 집이지만 대체로 새집에서만 살았다. 물론 20대의 절반을 보낸 후곡마을은 헌 집이긴 했지만.
누군가의 손때가 묻지 않은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욕망은 아직도 엄청 크다. 지금 사는 임대 아파트도 새집에 첫 입주하긴 했지만, 내 집이 아니니까 못하나 박는 것도 쉽지 않다. 4년 가까이 살면서 못에 구멍하나 내지도 않았다. 물론 벽과 바닥은 좀 상태가 안 좋다. 작업실로 같이 쓰니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본론은 지금처럼 수입이 없고 있어도 들쑥날쑥하면 청약에 당첨이 돼도 돈을 값을 길이 없다. 일을 하면 되겠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가 문제다. 제일 좋은 것은 작품을 팔아서 돈을 벌고 전시를 하면서 아티스트피를 받는 것이다.
2022년도에는 그게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게 신기루임을 2023년이 돼서야 알았다.
결국 살아남는게 문제다. 연애든 결혼이든 출산이든 안정된 돈에 대한 기대감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자신이 없다. 당장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는 것도 고민하고 있는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3년까지는 버티기로 했으니까 최대한 버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련다. 일단 일을 많이 벌려놓고 나면 어디서든 돈줄이 들어오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버티다가 2024년에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