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랑 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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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 서류를 쓰는데 갑자기 현타가 왔다.

다른 사람들이 작가노트나 작업관에 대해 이야기를 쓰는 것을 본다.

모든 것의 전제조건은 미적 호기심, 탐구 등등 어찌 되었든 질문과 사색,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그런 탐구와 연구의 전제조건은 금전적 자유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성공한 예술가들도 돈을 벌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거나 고생을 했다는 식의 고백을 한다.

물론 본인 스스로는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중요한건 그 자신의 인생을 붙잡는 주변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 몸 하나만 책임지면 주변 세계는 알아서 잘 굴러가는 것이다.

 

다시 내 상황을 생각해본다. 일단 현재로선 내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할 상황은 아니다. 부모님도 일단 일을 하시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나 여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대로 산다면야 5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그렇게 수련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서 유명하거나 좋은 예술가로 자리잡으면 내 인생은 행복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비슷한 또래의 다른 사람들이 한 달에 3~400백을 벌 때, 나는 150만 원만 벌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 물론 명예와 돈은 같이 온다고는 하지만, 그 명예를 얻어낼 자신이 없다. 최근 들어서 더 그렇다.

 

유튜브를 보다 인간극장을 봤는데, 어느 가족이 나왔다. 아빠는 전자제품매장에서 일하고 있고, 엄마는 이제 분식집을 개업한다. 지방 작은 아파트, 임대주택인 우리집보다 낡아 보이는 곳에서 그 가족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명예를 위해 애쓰지도 않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공부하려 스트레스받지도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하고 가족들에게 충실하고 사랑을 주고받는다. 그게 행복 아닐까.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내려놓아야할 때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뭘 해도 즐겁지가 않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그냥 그렇고, 재밌다는 것을 봐도 시큰둥하다. 작업을 해도 별로 즐겁지 않고, 왜 사는가 모르겠다는 느낌도 든다. 가끔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사람을 만나면 외로움이 해소될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작업이 안풀려서 혹은 전시가 없어서, 일이 없어서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겨울이 언제 끝나려나.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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