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전(展)
- 2014.02.05. ~ 02.09. -
장소 / 성북예술창작터
인원 /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전시기획팀 '풋'
작가 /
권민혜 김그리나 김동진
김준형 문수영 우지연
이선희 이정은 김예슬
기획 /
김희은 고나은 김여진 김혜린
박소담 박수정 박채원
윤가영 정다운 한혜수 성기호
조언 /
강재영 김대영
후원 /
권양희 고나은 금윤아 김길수 김동진
김남윤 김남현 김수완 김은주 김정진 김지우
김지호 김진오 김혜린 문수영 문현정 박미희
박수정 박택준 손원주 손유석 여다인 우지연
윤현숙 이병인 이소현 이선희 이소현 이수진
이정은 정민호 정영태 정주리 주철우 한영미
한효 황선애 television-heart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13학번 학생들이 추축이 되어 기획전을 열었다고 합니다. 학교에 들어온 지 1년도 채 안 된 학생들이 스스로 전시를 기획해보겠다고 나선 것이죠. 작가들은 공모를 통해 모집했으며 그들 또한 아직 어린 대학생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전시기획팀 이름의 '풋'은 풋풋한 젊을을 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의 발자취를 알리는 것일까요. 아무튼 어린 학생들의 소중한 결과물을 보러 성북예술창작터로 향했습니다.
성북예술창작터는 한성대 입구 근처에 위치해 있습니다. 처음에는 성북예술창작센터와 헷갈려서,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성북예술창작센터는 안암역 근방에 위치합니다.)
성북 문화재단 / http://www.sbculture.or.kr/
성북예술창작터 / http://www.sbculture.or.kr/culture/facility/culture19.jsp
전시장을 찾은 날은 2월 8일로 하늘에서 함박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겨울도 그 끝을 달리고 있네요. 입춘도 지났으니 조만간 봄이 올 것입니다. 그 겨울 끝자락에 찾은 전시장은 아담하지만 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Window Gallery -
보통 메인 전시 말고도 외부 공간에 윈도우 갤러리를 따로 운영하는 곳은 꽤 많습니다. 이날 걸려있던 작품은 김승택 작가의 것으로,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도시 풍경을 꼴라주로 엮어냅니다. 솔직히 표현기법이나 주제나 모두 날 것이라기 보다는 이미 수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주제와 방법들 중 하나라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그렇지만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나가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 끝내고 본 전시장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시 포스터
5라는 숫자가 전시의 제목입니다.
5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전시장 입구 모습
1층에서 3층까지 있으며, 전시실은 1층과 2층을 사용합니다. 3층은 자료실과 쉼터가 있다고 하네요. 공간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토요일은 6시까 운영합니다. 이후 촬영한 작품들은 전시 동선과는 상관없이 나열해볼게요..
문수영, ctrl, 22.7×15.8cm,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2014.
92년 생으로 서울에서 서식 중인 작가라고 합니다다. 특이점으로 왼손잡이라는 점. 그의 작품은 1층과 2층에 걸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똑같은 캔버스 위에 프린트된 다양한 사진들.
문수영, 솔직하게 말하자면, 130.3×97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3.
5분 동안의 기분과 생각, 스쳐간 사람들, 하려다 못한 말이나 감상, 기호, 편지 등을 드로잉으로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사실 5분이라는 시간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기에는 빠듯한 시간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다르겠지만 이미 머릿 속에 있는 것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 이상, 생각과 만드는 과정 모두를 5분만에 완료하기란 어려운 일이죠. 그렇기에 작품 하나하나의 크기는 작을 수 밖에 없고 생각의 종류 또한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형태의 작업을 하는 작가로는 '강익중'이 있어요. 그는 뉴욕 유학 시절 버스나 지하철에서 틈틈히 작은 캔버스에 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을 활용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드로잉일 것입니다. 문수영 작가도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요?
문수영, 도움 주신 분들, 각 72.7×72.7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4.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의 작업에 도움을 준 인물들을 그렸을 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배우부터 운동선수까지 아이디어의 원천이 무척이나 다양해 보이네요. 드로잉 하나하나는 재미있지만 디스플레이를 하는 방식이 좀 더 세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뭔가 덕지덕지 붙인 느낌이랄까요. 차라리 자유로운 느낌을 더 살리면서 디피를 했으면 더 보기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준형, What's your 5 minutes?, 113×120cm, 캔버스에 혼합재료, 2014.
이 작가 역시 92년생. 커피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손을 가지고 다양한 표현기법을 시도했네요. 개인작업이라기 보다는 공동작업의 느낌이 강한 작품입니다. 손의 형태와 크기 또한 각각 다릅니다. 총 12개의 캔버스. 인생을 5분 단위의 시계로 환산해서 총 12개의 잊지 못할 삶의 장면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네요. 5시 방향의 손은 넷째 손가락이 짧은데 안중근 의사를 나타낸 것일까요? 세련되지 못한 투박한 표현방식이 오히려 작품을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옆에는 <5분 우체통> 이 있어서 직접 손을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가장 특별했던 5분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가의 작품처럼 손을 그리고 뭔가를 그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용법을 보니 '글'로 자세하게 적어달라고 쓰여있어요.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5분께 선물도 준다고 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내 삶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을 떠올려 보라면 언제가 될 지 궁금합니다.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아직 그 순간이 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김동진, 혈빙, 18×18×18cm, 가변설치, 2013.
작가는 장기이식과, 냉동인간을 언급하면서, 얼음속에 갇힌 어떤 장기를 표현했습니다. 얼어있는 동안은 우리 장기는 활동을 멈추고 그 상태를 유지하지만, 녹는 순간부터 멈춰있던 생체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얼음이 녹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옆에 실제 작품도 함께 보여줍니다.
다소 너저분한 선정리가 아쉽지만 넘어가기로 하고
이렇게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얼음은 매 순간마다 끊임없이 녹고 있어요. 사실 실제 작품보단 영상에서 보여지는 장기의 느낌이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본 장기는 뭔가 털실같은 느낌이에요. 얼음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고 남은 물마저 증발해버리면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작가는 여기서 내면의 변화를 언급하며, 녹아버린 얼음처럼 겉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면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 솔직히 그렇게 공감되는 문구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법. 얼음은 녹으면 형태가 변하지만 물질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 내면의 변화도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는 뜻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권민혜+이선희, 잡, 풀림, 150×150cm, 가변설치, 2014.
93년생으로 둘다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공동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네요. 작가들은 열풀림을[각주:1] 하는 잠깐의 시간동안 떠오른 잡생각들을 문자 그대로 엮어버렸습니다. 작은 조각들을 엮어 내는 방식은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시도했던 방식으로 특히 서도호 작가는 자본력과 수많은 인력을 바탕으로 수천개의 조각들을 엮어낸 작업들을 많이 선보였죠. 어린 작가들의 작업은 규모와 디테일에서는 다소 부족해 보일지는 몰라도 열풀림이라는 그들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작품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전시장에서는 바닥에 펼쳐져 있었는데, 공중에 매달거나 벽에 거는 방식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도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시장에서는 약간 형태가 찌그러져 보였는데 뭐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는 형태가 나온것은 확실합니다.
김그리나+이정은, 넌 알지 못하는 - 짧은 대화와 애매함에 대하여, 5분 30초, 디지털 영상, 2014.
94년생 가장 어린 작가들로 영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품마다 작가의 나이를 표기하는 이유는 리플렛에도 적혀있기 때문이죠. 굳이 풋풋함을 강조하고 싶어서일까요? 아무튼 두 동료가 만나 만들어낸 영상은 마치 게임 플레이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영상 작업은 아무리 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언뜻 스쳐지나간 작품이었어요. 작가노트의 말을 빌리자면, 5분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애매한 시간에 주목하여, 5분동안 서로를 향해 던지는 말을 공으로 시각화하였다고 합니다.
전시리뷰를 하면서 작품을 끝까지 보지 않은 것은 대단히 죄송스러우나, 짧은 감상을 언급하자면,
여러 작품들 중에서 5분이라는 시간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을 만나 5분 동안 할 수 있는 대화가 무엇이 있을까? 오늘의 날씨나 어제 일어난 뉴스 사건들? 뭐긴 몰라도 결코 무겁거나 진지한 주제는 될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공을 던지는 행위와 5분 동안의 말하기는 형태와 의미상에서 매우 유사점을 보인다. 그렇기에 더욱 더 공감이 되었을지도.
김그리나+이정은, 마음 속에서만 어떤 경우라도 넌 알지 못하는, 84.2×25cm, 디지털프린트, 2014.
작품 제목은 가수 '브로컬리 너마저'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의 가사를 인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잘 모르는 가수의 잘 모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일단 링크로 첨부해 봅니다. 비록 미술을 전공했지만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 작품은 딱히 리뷰를 할 수 없었어요. 직접 음악을 듣고 작품을 보고 나면 느껴지는 것이 있을까요?
우지연, 새벽을 듣다, 53.5×46.5cm, 캔버스에 아크릴, 2014.
93년도 생 작가. 회화를 전공 중입니다. 여러개의 캔버스를 경첩으로 엮어서 길에 늘어뜨렸습니다. 접었다가 필 수 있는 형태가 작품의 포인트로, 작가는 일상을 살아가며 지나치던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그림으로 담았다고 합니다. 가장 왼쪽 얼굴은 작가의 자화상으로 보입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처럼 보이는데, 이 경우 매체와 형식은 재미있으나, 회화적 구성이 좀 아쉽다고 해야하나요. 피카소의 청색시대 회화를 보는 것 같은 짙푸른 배경과 산만하게 나열된 사물들은 다소 산만해보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카데미식 교육을 받은 제 머리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네요......
<전시 기조문>
사진이 흔들렸지만 읽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따로 옮기지는 않겠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각자 돈을 걷어서 모으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분들의 후원도 받았다고 합니다. 도움 주신 분들의 리스트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마음 고생과 노력이 들어갔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 내용과는 별도로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요. 물론 전시 내용도 좋았습니다. 다만 어린 학생들이란 타이틀을 떼고 바라보았을때 세상의 평가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전시장 1층 전경 모습입니다. 좀 더 사족을 덧붙이자면 위 사진에 보다시피 조명이 화면 정중앙을 세게 때리고 있는데, 차라리 약한 할로겐 조명 2~3개를 작품 중앙 하단 부분으로 비추는 것이 빛반사도 줄이고 작품도 더 돋보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실제로 전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두웠기 때문에 저렇게 조명을 하나만 비추게 되면 광원을 중심으로 둥글게 원이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주변부가 어두워집니다. 몇 없는 남자라고 맨날 작품 설치할 때 조명만 만지작 거렸더니 빛에 민감해진 것일까요.
아무튼 첫 전시기획을 성공적으로 마친 예술학과 후배들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내년 전시기획은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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