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랑 일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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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정 개인전 : 멍게와 나

2022.11.25(금) - 12.24(토)

 

 

정혜정, 엄마는 내가 태어났을 때 어땠어, 싱글 채널 비디오, 4분 55초, 2022

작가와 작가의 가족(엄마, 할머니)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오래 듣지는 않았지만 작가에 대한 가족들의 애정이 목소리를 통해 잘 전달됐다. 페이스 캡처 어플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얼굴 표면의 변화하는 패턴과 연결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작가는 인간의 출생을 주변 세계와의 연결을 시작하는 좌표로 인지했다고 한다.

 

사실 출생이라는 것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짓는다.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도 어찌 보면 태생에서부터 결정되는 것이니까. 우리 청년세대들은 헬조선이라 부르면서 스스로를 비관하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동시대 한국에서 태어난 것은 상위 1% 안에 드는 혜택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추운 겨울을 버티지 못해 얼어 죽으며 온갖 전염병에 노출되어 있다. 

 

멍게에 관한 드로잉으로 보인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멍게는 독특한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유생 시기에는 척추동물의 태아와 비슷한데, 성장하면서 스스로 기관을 소화시키며 퇴화한다. 마지막으로는 뇌의 일부만 남겨두고 바닥에 뿌리를 두고 식물이 돼버린다. 작가는 멍게의 이러한 특성을 보고 인간의 관점을 해체하기 위한 대상으로 호명한다.

 

 

요즘에는 이렇게 비계를 이용한 설치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설치 조립이 용이하고 별도의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나름 친환경적이다. 목공이나 페인트를 이용한 방식보다 훨씬 괜찮다고 본다. 분위기랑도 잘 어울린다.

 

안으로 들어가 빈백에 누워 천장에 투사되는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정혜정, 함께 추는 춤, 비계, 에코 보드, 3D프린트 설치에 프로젝션, 가변설치, 반복재생, 2022

사람의 손과 그 위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산호초를 표현했다. 공존의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울려서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클래식 음악이 반복되는데 담백하고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마음에 든다. 다음 본인 작업에서도 참고해 봐야겠다.

 

비계 사이에 이렇게 설치 작품이 놓여있다.

 

정혜정, 액체몸체, 싱글 채널 비디오, LED패널, 17분, 2022

도시 비둘기, 애견 또리, 멍게의 몸을 오가며 시공간을 횡단한다. 재생시간이 꽤 긴 편인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영상을 볼 수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것은 아닌데  화면 구성, 시퀀스, 시점, 애니메이션 등 모든 요소들이 다 흥미로웠다.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대개 이런 영상들은 지루한 내레이션과 밋밋한 전개가 이어지는 편인데 예상을 깬 작품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작가의 역량이란 이런 것일까. 스스로 반성도 하게 되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비계와 의자가 결합되어 있다. 계단이 3층까지 되어 있는데 앉아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있어서 그냥 1층 의자에만 조심히 앉아 영상을 감상했다.

 

전시 전경의 모습. 아무래도 영상 작품이 대부분이므로 직접 가서 감상하기를 권장한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전시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직접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

 

1층에 있는 작품 <멍게-되기>에 대한 소개가 없는 것은 VR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눈이 나빠서 VR 작품은 잘 보지 않는다. 안경을 끼고 봐야 하는데 안경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보기 어렵다. 지금보다 좀 더 간소화된 형태의 VR 장비가 나와야 편히 감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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